'그 것'의 시작
삶이란게 복잡 미묘한 것이어서 내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때로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많다. 당췌 주인이 누군인지..
하지만 우습게도 현대인월급의 노예의 삶은 너무 병렬화돼 있기에 삶의 굴곡을 느끼기엔 너무 ‘일상적’이다. 내가 국딩 때는 학교 가고 놀고 말고는 없었다.
그 놀이도 매일 같은 동네, 같은 사람들과 같은 놀이를 할 뿐이었다. 언제나 마음 속에는 대해적이 되겠어!따위의 모험에 대한 동경이 있다.
▲멋진 동료와 뜨거운 모험을..
그 당시 나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렸는데 바로 유선TV. 지역방송이라고 하는데 지금처럼 다시보기나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라 지역민간방송에서 다양한 방송을 제공해주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내가 빠져든 것은 바로 만화.
특정 채널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미친듯이 만화를 해줬다. 하루종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명 방송국에는 1세대 덕님이 계신 게 분명하다. 덕분에 의 서브컬쳐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이런 레어템도 방송해줬었다
학교 갈 시간이 되면 가방을 옆집 고무 다라이에 숨겨 놓고 숨어 있다가 집으로 달려가 TV를 보곤 했었다. 전학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적응 못하기도 했었고...
당시에는 리모컨이 없어서 항상 TV 옆 장롱에 붙어서 봤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몇 시간을 봐도 질리지 않았다.
세월이 조금 흘러 비디오를 빌려 볼 수 있게 되었다. 일본과 문화적 교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로 기억하는데-1998년 김대중 정부 때 부터 점차적으로 일본문화 상품들이 개방되었다. 요괴소년 호야는 1994년 더빙판이 한국에 들어왔다- 어찌 그리 많은 작품들이 있었는지 지금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이다.
다른 만화와는 달랐다. 많이..
<요괴소년 호야>는 그때 접했던 만화다. 이십년 가까이 지난 지금에도 그 주제곡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추억애니 중 하나이기도 하다.그 노래만큼이나 기억 나는 장면이 있는데 바로 제목의 요괴신창의 정체. 원작에서는 짐승이 창으로 불리는데 한글판에서는 요괴의 창이라고 나온다. 노래에도 요괴신창이라고.
이 창의 태생은 결코 어린이 만화 답지 않은데 보통 신들의 물건이거나 전설로 내려왔거나 하는 다른 전설급 무기와는 달리 인간의 손에 만들어 진 물건이다. 그런데 그 사연이 참 기구한게 요괴(백면인)에 의해서 부모가 살해당한 남매가 날이되고 손잡이가 되어서 만들어진 창인 것. 그래서 그런지 사용자의 혼을 갉아 먹으며 끊임없이 백면인을 찾아나서고 마지막에는 사용자 역시 요괴가 되버리는 잔인한 물건이다. 저주받은 무기인 셈. 90년대 당시에는 충격적인 설정이었다. 그리고 애니에서도 이 장면이 다뤄진다. 피눈물을 흘리며 맨 손으로 달궈진 날을 잡고 풀무질 대신 입에서 풀을 뿜으며 백면인에 대한 증오만으로 날을 벼려 낸다. 결국 그 증오와 원망이 스스로 창의 손잡이가 된다. 사실 이 창날은 부모를 잃은 남매 중 동생(지에메이)가 용광로에 뛰어들어 만들어진 창날. 너무나 초연한 모습으로 뛰어들던 지에메이의 모습은 어린 꼬마에게도 엄청난 전달력으로 다가와서 백면인은 정말 나쁜놈! 이라고 생각했다.
▲슬픈 사연이 담긴 요괴의 창, 말하지 못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2015년).
그 이후로다양한 애니들을 봐왔지만 아직도 이 작품 만큼 진하게 감정이 요동치는 작품은 거의 만나보지 못한 것 같다. 직선적인 이야기 구조인데 이게 직선이 아니다... 무슨 개소리인가 하면 중심이 되는 이야기를 각 에피소들이 잘 감싸서 받쳐준다는 말. 선택 받은 주인공과 싸우면서 성장하는 인물들, 그리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엔딩. 각 에피소드는 다양하게 잘 구성돼 있어서 다른 이야기의 큰 줄기를 잘 받쳐준다. 많은 이야기를 할려다가 작품이 어지러워지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단점을 잘 보완했다. 애니는 1992년~93년 10편의 OVA에 이후 2015년 새롭게 제작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코믹스판이 제일 마음에 들고 다음은 92년, 15년 작 순으로 평가를 하고 싶다(현 20대 이상 덕님들 중에는 예전 작호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아무래도 방대한 내용과 외전이야기 까지 실린 코믹스, 그리고 박력 넘치는 작가의 화풍을 볼 수 있는 점에서 코믹스가 제일 마음에 들고 난 최근 애니의 색감은 아무래도 좀 어새하게 느껴져서 90년대 작품들을 좋아하다보니 그렇게 느껴진다. 작품을 보면 의외로 캐릭터 디자인이 고어스럽게 표현되어 있다. 주인공 호야와 맹호(토라)만 보면 여느 소년 만화 느낌인데 등장하는 요괴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얼마 전 지하철에서 보고 있는데 요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옆 사람이 놀랄까 그만 둔 적도 있었다. 각 요괴들은 그 마다의 사정이 있다. 요괴든 신인든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다아운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반대로 인간이지만 정말 악마같은 녀석들도...
▲공공장소에서는 좀….(2015년 판)
▲잊을 수 없는 백면인의 눈빛.
요괴들 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등장 인물들 마다 구구절절 그렇게 사연이 있을 수가 없다. 위에서 말한 에피소드와 큰 이야기의 관계 형성에 중요한 요소다.
▲누구나 “어떤”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요괴소년 호야>의 주인공 호야는 전형적인 열혈바보. 정의, 따뜻한 마음, 의지의 3박자가 고루 갖추어진 3박자맨 인 것이다(언젠가 떳다 럭키맨도 리뷰를..). 그런데 정작 중요한 건 싸움실력은 반박자 늦다. 항상 주변인들의 도움으로 상황을 타개 한다. 특히 토라가 없으면 죽어도 벌써 죽었을 듯….
요괴의 창은 의외로 싸움 실력은 보지 않는 듯 하다. 사실 요괴의 창을 들면 자연스래 싸움법을 알게 된다고 한다. 요괴의 창 전승 후보자 중 한 명인 ‘나가레’는 주변인물들 중 단연 돋보이는 역할이다. 중반부터 등장해서 후반부에 가서는 시청자들에게 충공깽을 시전하는 위엄을 보이는데 생긴 것도 그렇고 중반부 비중이나 등장 장면을 생각하면 어째서 이 정도까지...라고 생각하게 된다. 정의, 멘탈, 의지 3박자를 고루 갖춘 주인공이지만 정말 창고 한 번 잘못들어 갔다가 개고생을 하게 되는데 호야도 결국 평범한 중학생, 의지할 곳이 필요 했다. 그 중 만나게 되는 사람이 나가레. 나이도 많고 취미(오토바이)도 비슷한 것 같고 쿨내 진동하는 형님이라 호야에게 큰 도움이 됀다. 전형적인 주인공에서 한 발짝 비켜가는 순간인데 이런 호야와 주변인들의 관계를 보는 것도 작품의 한 재미.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혼자 쌩고생 하다가 결국 창에 영혼이 먹혀 요괴가 되어버린 호야를 살려야하는 상황. 이 때 그 동안 전국을 돌면서 여자들에게 작업….을 해놓은 결실을 맺게 된다. 전국에서 그 동안 호야에게 신세를 진 어여쁜 아가씨들이 어머니의 유품인 빗으로 호야의 길어진 머리를 빗겨내야하는 것. 백면인 퇴치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홀로(혹은 토라와..)싸워나가던 호야를 이 시점에서는 주변인들이 도와주게 된다. 특히 빗으로 ‘머리를 빗겨낸다’ 라는 연출이 호야를 생각하는 그 들의 마음을 잘 보여주는 명장면이라 생각한다.
<청년공룡 둘리>와 <원더풀데이즈2>
얼마전 나온 <요괴워치>라는 작품이 대 히트 중이다. 애니부터 게임, 완구까지 할 수있는 모든 캐릭터 사업은 다 하고 있는데 한국의 세미덕후로써 속상하고 아쉽게 느끼는 부분이 많다. 사실 이 포스팅을 하게 된 것도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다
.
▲의외로 블랙유머가 난무한다.
요괴라는 요소는 몬스터 와는 약간 다른 느낌을 가진다. 몬스터 보다는 좀 더 잔인하고 음산 할 때가 있는 반면 친근한 동네 친구 같은 느낌도 든다. 어쩌면 정령이나 요정의 느낌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도깨비, 귀신들과도 묘하게 느낌이 다르지만 일단 넘어가자 지금은 그런 구분이 중요한 건 아니니깐. 하여튼 이 요괴와 관련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많아서, 그리고 너무나 친근해서 누구나 한번 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등 귀신이나 앞집에 팔과 얼굴만 있는 귀신, 삼척할매 이야기들은 한 번 쯤 들어 봤을 거다. 많은 부분이 일본의 이야기들과 섞여서 어떤 것이 우리나라 전통의 것인지는 모를 지경이 됐는데 이는 국내의 컨텐츠 산업을 대하는 자세와 무관하지 않다. 자본주의가 기반인 요즘은 역시 돈이 되느냐 안되느냐?가 가장 큰 관건인데 컨텐츠 산업에 대한 입장은 아무래도 좀 다른 것 같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재패니메이션이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이 쪽 방면 강자였고 서양 역시 일요일이 아침을 상콤하게 맞이해주던 디즈니 만화동산이 있었으며 지금은 스크린까지 장악하고 2월17일을 너무 기다리게하는(나의 최애캐 데드풀의 개봉일이다.) 슈퍼히어로들의 세상이다.
이는 하루아침에 결정해서 나온게 아니며 꾸준히 쌓아온 내공이 현대 기술과 시너지를 일으키며 발생 시킨 일종의 금광 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경험과 노력들이 쌓이고 다듬어지면서 생긴 것. 이들이 만들어 내는 부가가치를 생각한다면 굳이 숫자들을 들이 밀지 않더라도 모두 인정하리라 생각한다.(그렇다. 높으신 분들은 너무 고귀하셔서 여전히 어린애나 보는 거라고 하시겠지. 하지만 마법소녀 마도카를 본다면 어떨까?) 우리나라에는 유독 이런 쪽, 그러니가 애니나 캐릭터 산업이 약하다. 그래도 imf 이전 한국 만화의 전성기가 있었으니 나름 다양한 캐릭터와 작품들이 나왔다. 소재도 다양했는데 대표적인 스포츠 만화 <하늬>시리즈 육상과 체조가 기억난다. 홍두께 선생님의 깨방정연기는 지금봐도 일품! 의외로 일상을 다루고도 대박을 친 <영심이> 심지어 메카물<라젠카>,<해모수> 우울하고 암울한<2020 원더키디>등 기억에 남는 주옥같은 작품들이 많이 있었다. 물론 서유기 세계관 중 최악의 인간성을 자랑하는 삼장이 등장한 <날아라 슈퍼보드>라던지 모 단체에서 환정적인 안무로 승화시킨 <두치와 뿌꾸>도 빼놓을 수 없겠다. 비운의 작품 <원더풀 데이즈>도..
IMF 금융위기와 불법복제, <원더풀 데이즈>의 실패 등으로 더이상 미디어산업, 컨텐츠 산업에 대한 투자는 일종의 위험한 도박이 되어 버렸다. 특히 성인을 타겟으로 하는 산업은 아직까지도 발전이 더딘 상태. 나는 너무나도 목마르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도 좋지만 옛것을 잘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다. 컨텐츠 산업에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극장가에도 재개봉하는 영화나 예전 작품을 새롭게 만들어서 활용하는 경우가 많고 게임, 애니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문학에서도 고전이 고전인 이유는 시대가 변해도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라면서 함께 했던 여러 작품들, 그리고 삶 속에 같이 녹어 들었던 소재들을 사랑스럽게 만져준다면 좀 더 행복한 덕의 생활을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 잠입 액션 게임 <각시탈>, <청년공룡 둘리> <원터풀 데이즈2>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원더풀 데이즈>의 여주인공 ‘제이’
모든 게 남아도는 듯 보이는 여기 이 곳에
모자란 것이 하나 있어
사랑은 마른지 오래 된 여기는 착각의 바다
나는 깨어나네
함께 있을 수 있는 것 그것 만으로도 우리는
행복 할 수 있다 했어
어긋나기를 거듭해 도착한 여기 이곳에
모든걸 걸어 볼께
꿈꾸고 있어 날아 오르는
새처럼 자유롭기를 우린 언제까지나
어둠이 가로 막아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도
참을 수 없는 설레임에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다려
모든게 아직 불안해
견딜 수 있을지 몰라
모자란 것 아직 많아
하지만 우리 사랑한
이 곳은 희망의 바다
나는 빠져드네
꿈꾸고 있어 날아 오르는
새처럼 자유롭기를 우린 언제까지나
어둠이 가로 막아서도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도
참을 수 없는 설레임에
알 수 없는 내일을 기다려
<원더풀 데이즈>ost -비상-
응??? 쓰고나니 기승전 원더풀데이즈. 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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